엄마 5

[대장암투병기] 7. 수술 후 먹은 인생 도가니탕

엄마가 아프기 전 검사만 하면 암의 진행 정도(몇 기인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족이 처음 외래진료를 받던 날 우리는 엄마가 초기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수술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암의 진단은 수술을 하고 떼어난 종양을 가지고 조직검사를 거쳐야 양성과 악성, 그리고 진행 도를 확인할 수 있고 최종 진단명이 내려진다. 엄마는 S결장을 20cm 정도 잘라냈고, 담당의는 생각보다 사이즈가 컸지만 한 곳에 모여 있어서 제거의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수술 이후 병실로 올라 온 엄마는 열이 중간에 오르기도 하고, 호흡을 하기 버거워하기도 하고, 통증을 참지 못해서 무통주사를 수시로 누르면서 하룻 밤을 보냈다. 그 다음 날이 되서야 가스가 나왔고, 따뜻한..

모녀암투병기 2020.08.02

[대장암투병기] 6. 투병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

엄마는 다른 이들에게 삶을 살면서 좋았던 경험들을 잘 나누는 사람이다. 좋은 식자재나 사용하고 만족도가 높았던 제품들을 알려주고, 구매를 연결해 주는 일로 엄마의 일상은 분주할 때가 많다. 가끔은 엄마 자신이 피곤한데도 소개하고, 설명하는 일들을 하는 걸 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투병을 할 때도 그랬다. 자신이 너무 힘들 때를 제외하고는 다녀 본 곳 중 좋은 요양병원, 맛있게 먹었던 음식, 대체 요법 중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등을 환우들과 그 가족들에게 소개하기 바쁜 사람이였다. 여러 면에서 나는 엄마를 많이 닮았지만,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나의 경험들을 나누는 것에는 주저하지 않는다. 특별히엄마를 간호할 때 필요하고, 효과가 있었던 것을 주변에서 누가 물어보면 묻지 않은 내용까지 ..

모녀암투병기 2020.08.01

[대장암투병기] 5. 수술 후 회복기

나는 참 엄마를 많이 닮았다. 계획적이고 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한 우리 두 사람 :) 그래서 자신을 가장 피곤하게 하는 게 스스로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엄마는 처음 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할 때도 가족들이 염려할 까봐 병원을 스스로 알아봤고, 병원에 입원과 수술을 하면서 필요한 절차들과 혜택들을 스스로 다 체크하면서 투병을 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간병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수술 전에는 내 도움으로 충분하지만 수술 이후에는 간병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입원한 병원 간호사실의 추천을 받아 간병인 아주머니를 섭외했다. 수술실에서 병실로 이동하니 간병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엄마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였고, 왜소한 체구의 소유자였다..

모녀암투병기 2020.07.20

[대장암투병기] 4. 첫 번째 수술

2014년 11월 원자력병원에서 엄마는 첫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 전에 입원해서 검사를 받고, 오전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순서로 수술을 하기로 했다. 원자력병원에 엄마가 입원하던 첫 날부터 나는 엄마의 룸메이트가 되었다. 사실 병원에서 자는 일은 겁이 났다. 눈으로 봐도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을 보면 덜컥 겁이 났고, 구석 구석 울고 있는 보호자들을 볼 때면 나도 같이 눈물이 나기 일 수였다. 그러나 병원에 엄마 혼자 재우는 건 더 마음이 불편한 일이였다. 엄마가 그냥 집에 가서 자고 오라고 했지만 끝까지 말리지 않는 걸 보면 엄마도 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 전날 병원 내의 의료용품 판매점에 들려 압박 스타킹을 구입하고, 의료진에게 수술 이후 사용할 물품을 전달 받았다. 수술 일 아침..

모녀암투병기 2020.07.19

[대장암투병기] 2. 검사결과 듣던 날

엄마가 아프다는 걸 듣고 난 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원자력병원 외래환자 대기실에 모였다. 지난 번 엄마가 혼자 받았던 검사의 결과를 듣는 날이였다. 처음 엄마와 아빠는 두 사람만 병원에 다녀오겠다는 뜻을 동생과 나에게 밝혔다. 혹시라도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서 엄마가 우리가 있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할까봐 알았노라고 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당일 동생은 마음을 바꿔 엄마, 아빠와 병원으로 이동한다고 연락이 왔다. 휴가를 내지 못한 나는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우연히 통화를 듣게 된 직장 선임은 휴가 못 낸게 대수냐며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11월이지만 날은 왜 이리 좋은지 이렇게 좋은 날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원자력 병원으로 ..

모녀암투병기 20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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