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암투병기

[대장암투병기] 7. 수술 후 먹은 인생 도가니탕

뭉치2020 2020. 8. 2. 19:00

엄마가 아프기 전 검사만 하면 암의 진행 정도(몇 기인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족이 처음 외래진료를 받던 날 우리는 엄마가 초기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수술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암의 진단은 수술을 하고 떼어난 종양을 가지고 조직검사를 거쳐야 양성과 악성, 그리고 진행 도를 확인할 수 있고 최종 진단명이 내려진다.

 

엄마는 S결장을 20cm 정도 잘라냈고, 담당의는 생각보다 사이즈가 컸지만 한 곳에 모여 있어서 제거의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수술 이후 병실로 올라 온 엄마는 열이 중간에 오르기도 하고, 호흡을 하기 버거워하기도 하고, 통증을 참지 못해서 무통주사를 수시로 누르면서 하룻 밤을 보냈다. 그 다음 날이 되서야 가스가 나왔고, 따뜻한 물을 먹기 시작했다. 담당의는 수술 다음 날 회진 때, 수술 시 떼어낸 조직을 가지고 검사 중이며 7일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검사 결과를 듣고 나면, 퇴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수술 첫 날 엄마의 컨디션을 본 나는 일주일 후 퇴원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수술 다음 날 엄마의 컨디션은 전 날 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고, 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었다. 주치의는 복도를 자주 걸어다니는게 가스가 나오는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해줬고, 엄마와 나는 오전과 오후 각 2번씩 복도와 로비를 걸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병실에서는 공불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이 훨씬 더 좋아졌다. 첫 날 수술 후 이 상태면 일주일 후 퇴원은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회복 속도가 좋으니 충분히 퇴원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사는 따뜻한 물에서 미음, 유동식 순서로 변해갔다. 대장암 수술 후에는 장의 적응을 위해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병원에 있는 동안은 유동식을 했고, 퇴원 후 일주일 정도는 유동식을 이어갔다. 병원의 입원 중인 어느 날 저녁시간 갑자기 "나 고깃국이 먹고 싶어. 뱃 속이 허해. 국물만 어떻게 먹어보면 안될까?"라고 엄마가 이야기했다. 병원에서 주는 가이드에 맞게 엄마를 간호하고 있던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잠시 후 엄마는 다시 "내가 원래 아프면 고깃국 국물 먹고 기운을 차렸잖아."라며 정말 간절함을 담아 나에게 곰탕을 사다달라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어릴 적 부터 고기를 좋아했고, 암 진단을 받고 이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런 엄마였는데, 몇 일 유동식을 하고 나니 고깃국이 그리웠나보다. 이제는 엄마가 정말 나아지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나왔다. 간호사실에 곰탕 국물 이야기를 하니 그 정도는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엄마 내가 병원 밖으로 나가서 사올게." 원자력병원 주변이 주택가라 라 곰탕집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가도가도 곰탕집이 나오지 않았다. 공릉역 주변까지 걸어가 한촌설렁탕에서 도가니탕을 사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추운데 슬리퍼 신고 나가서 어디까지 갔다온거야."라며 안 먹어도 되는 걸 괜히 시켰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엄마, 별로 안 추웠고 곰탕은 없었고 도가니탕 사왔어. 먹어봐." 라고 이야기하고 음식을 놓아주었다. 엄마는 정신없이 도가니탕을 정말 도가니만 남기고 다 먹었다. 수술 후 회복기에 엄마는 인생 도가니탕을 만났다.

 

[수술 후 환자 간호 Tip]

1. 대장암 환자들의 경우 유동식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합니다. 병원의 가이드를 잘 따라주세요.
2. 암 환자들의 경우 잘 먹어야 합니다. 수술 회복기, 항암 동안은 잘 먹어야 합니다. 특별히 항암기에는 울렁증 때문에 잘 먹지 못합니다. 병원 주변에 음식점의 메뉴들을 잘 확인해서, 요청하는 음식들을 잘 챙겨주는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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